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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하나의 동맹 두개의 렌즈, 한미관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by 존왓슨 2021. 7. 15.

I.      하나의 동맹 두 개의 렌즈

한국은 미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반대로 미국은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한국과 미국이 서로를 향해 가지는 두 개의 다른 렌즈를 이해하는 일은 한미관계에 있어서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하나의 동맹 두개의 렌즈』는 냉전의 종식, 한국의 민주화, 남북화해와 교류, 두 차례의 북핵 위기,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 등 다양한 사건들로 양국이 극적인 변화를 겪었던 1992년부터 2003년까지의 한미관계를 연구한 결과를 제시한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적인 흐름에서 한미 양국과의 관계 및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한국과 미국의 시각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이러한 변화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분석적 관점을 제공한다.

 

II.     한국의 정체성 정치

그렇다면 한국이 한미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은 무엇일까? 한국의 정치는 ‘정체성 이론’라는 관점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한국에게 미국은 한국의 정체성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준 국가이다. 그 원인은 우선 힘의 불균형적인 분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제 관계에서 미국은 그 힘이 매우 강력한 패권국의 위치에 있고, 이것은 한국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한미관계 및 한미동맹의 양상은 매우 불균형적인데, 강대국인 미국과 상대적으로 힘이 약소한 위치에 있는 한국은 양국의 동맹관계에서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피후견인인 한국에게 미국은 국가 정체성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타자이며, 따라서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국가의 중요한 문제로 다룬다. 그러나 후견국인 미국에 있어 한미동맹은 미국이 다루는 매우 광범위한 국제 관계 문제에서 하나의 작은 정책적 문제일 뿐이다. 따라서 미국은 한국에 의해 정체성에 영향을 받지도 않으며, 미국에게 있어서 한국과의 관계는 이해관계에만 중점을 두는 정책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즉, 국제관계에서 국가가 가지는 힘의 차이에 의해 한국은 국가의 정체성 형성에 미국의 영향을 크게 받았고, 미국에 비해서 한미관계 및 한미동맹을 더 중요한 사안으로 생각하는 역학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한국의 정체성 정치는 지리적, 역사적 상황에 기반하여 형성되었다. 따라서 한국의 정체성 정치를 면밀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지리적, 역사적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역사적으로 한국은 지리적 위치로 인해 여러 강대국의 영향 아래에 있었는데, 특히 1945년 이후에는 한국에 미치는 미국의 영향이 막대했다. 미국은 한국에서 군사정부를 세우고, 한국전쟁 동안에는 남한 정권을 보호하며 공산주의와 맞서 싸웠다. 그 과정에서 미국은 한국의 중요한 타자가 되었고 남북한의 국가 정체성을 형성시켰으며, 이때부터 한미 관계의 중심은 군사동맹이 되었다. 이후 미국은 한국에게 안보보장 및 경제적, 군사적 원조를 제공하였고, 한국은 엄청난 경제적 성장을 이루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80년대 초까지 대부분의 한국 사람은 미국 및 한미 동맹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 한국은 안으로는 민주화를 겪고 밖으로는 탈냉전을 겪으면서 구조적으로 크게 변화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로 한국은 권위주의 시대, 냉전 시대에 만들어진 한국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저자는 한국의 정체성 정치의 전환점이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 집권 이후 한국의 정체성에서 크게 변화한 것은 북한과의 문제였다. 북한을 더 이상 전쟁과 두려움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평화와 공존의 대상으로, 또 우리가 도와주어야 할 연약한 이웃국가로 보게 된 것이다. 이렇게 북한에 대한 한국의 인식이 변화하면서 한미동맹에 대한 시각도 함께 변화했다. 과거에 한국에서는 한미동맹이 꼭 필요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면, 이제는 한미동맹의 필요성이 한국에게 과거만큼 강하게 느껴지지는 않게 된 것이다. 그러나 남북관계 및 한미 관계에 있어서 모든 한국인이 이런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보수층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였으며,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고 이전보다 더욱 강하게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기에서 한국의 진보와 보수층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었다.

 

1.     한국의 정체성과 북한

: 북한 및 남북관계에 대한 한국의 보도 분석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한국에게 북한과 남북관계는 탈냉전, 탈권위주의 시대 한국 국가 정체성의 근본적인 문제이며, 북한에 대한 시각 변화와 함께 한국의 정체성도 변화해왔다. 한국의 정체성과 북한과의 관계를 연구함에 있어서 이 책의 저자는 조선일보와 한겨레 신문을 대상으로 한국의 언론 매체가 북한 및 북한과의 관계를 어떻게 보도하는지 분석했다. 그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국 미디어에서 북한 자체에 대한 보도의 비중은 8%로 매우 적은 반면, 남북관계에 대한 보도는 약 6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리고 기사의 주제는 평화∙통일이 가장 많이 다뤄졌으며, 이어서 북한 및 동아시아 안보, 인도주의∙인권이 다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한국에게 북한과의 문제는 안보와 정치적으로 위태로운 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문제로 여겨진 것이다.

 

그러나 남북정책과 관련한 논쟁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점은 한국의 진보 세력과 보수 세력 간의 의견 대립이었다. 특히 인권문제에 있어서 양 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는데, 진보층은 기아로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을 구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인도주의적 원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보수층은 이러한 원조가 북한의 독재 정권을 강화할 것을 우려하면서 북한과의 관계에서 호혜주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양 진영 모두 북한 문제를 ‘한민족’의 문제로 여겼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진보와 보수 간의 대결은 근본적으로 정체성 문제라고 할 수 있고, 현재까지도 한국에 만면하게 존재한다.

 

2.     한국의 정체성과 미국

: 미국 및 한미관계에 대한 한국의 보도 분석

한국의 정체성 정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에게 ‘중요한 타자’인 미국과의 관계에서 한국이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한국의 조선일보와 한겨레 신문을 대상으로 한국의 언론 매체가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보도하는지 시기별로 분석하여 평가한다.

 

이 책의 저자는 한미 관계와 관련하여 네 가지 논점을 다루는데, 각각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한미 관계가 미국보다는 한국에서 더 주목을 받았으며, 한미 관계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부분은 안보문제라는 점이다. 둘째는 한국에서 한미관계에 대한 논쟁이 점점 가열되고 있으며, 논쟁은 진보 매체가 문제를 제기하고 보수 매체가 이를 방어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셋째는 한국에서 발생하는 미국에 대한 반감과 한미동맹에 대한 반감을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고, 마지막으로 네 번째 논점은 한미관계를 비롯하여 한국 사회의 전반에서 진보와 보수의 치열한 갈등과 분열 및 양극화가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III.   미국의 한반도정책

1.     한국과 한미 동맹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

한국의 정체성 형성에 미국의 중요한 타자인 것과 반대로, 미국에게 한국은 중요한 타자가 아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한미관계에 정체성의 측면에서 중요하게 다뤄지지만, 미국에게 한미동맹 및 한미관계는 그저 전략적 고려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미국에서의 한국 및 한미관계에 대한 보도를 분석함으로써 확인할 수 있다.

 

분석 결과에서 눈에 띄는 양상은 첫 번째,한국에 대한 보도가 현저히 적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미국이 보도되는 정도와 비교해봐도, 미국에서 한국 외의 다른 나라에 대해 보도되는 것과 비교하더라도 미국 언론에서는 한국에 대해 충분히 다뤄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이러한 현상은 미국의 국가 정체성과 관련이 깊다. 탈냉전 이후 미국의 국가 정체성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맺고 있는 관계가 아니라 미국이 세계에서 힘을 발휘하는 방식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고, 이 과정에서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힘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거나 방해가 되는 강한 나라들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 미국의 한국 관련 보도에서 보이는 양상은 보도의 주제가 한미 관계보다는 한국 자체를 더 많이 다루고, 안보 문제보다는 경제 문제를 더 많이 다룬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주한미군 이슈도 미국의 미디어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는다. 즉, 안보와 한미동맹이 더 이상 미국 미디어와 대중의 주된 관심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미국인들은 한미 무역관계뿐만 아니라 한국의 경제와 산업을 높이 평가하고 여기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이러한 양상은 한미관계에서 군사동맹에 기반한 한미동맹이 아니더라도 경제 및 무역, 기타 다른 여러 측면에서 강하고 굳건한 관계를 세울 튼튼한 기반을 갖고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그리고 세 번째로,한미관계 관련 보도의 논조를 분석한 결과도 중요하다. 한미 안보동맹 갈등과 관련하여 한미관계는 긍정적인 논조로 그려졌으나, 2001년에는 김대중 정부와 부시 행정부 간에 있던 정책적 견해차를 겪으면서 미국 미디어에서 한미동맹에 관한 논조가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2.     북한과 북미관계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

과거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명시했던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미국은 과거부터 북한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북한과 북미관계를 미국 미디어가 어떻게 묘사, 평가했는지 살펴보면 중심 논점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북한은 미국의 안보 문제이자 정책 난제로 다뤄진다는 점이다. 그 결과 북한 자체에 대한 뉴스보다 북미관계에 대한 뉴스는 미국 미디어에서 훨씬 자주 등장했다. 여기에서 미국이 북한 자체보다는 북미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으며, 미국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비교해봤을 때 미국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역동적인 반면 북한에 대한 관심은 안보와 정책 딜레마에 한정되어 단조로운 양상을 띄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이것은 수치상으로 북한에 대한 미국의 보도 주제 중 북한의 대량살상 무기에 대한 언론 보도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둘째, 북한의 의도에 대한 미국의 의심은 뿌리가 깊다는 점이다. 미국 신문에 그려지는 북한의 이미지는 미국 안보에 위협적인 존재이고 기본 인권마저 침해하는 폐쇄된 공산정권으로 통일되어 있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보도의 논조를 분석해보면 북미관계에 대한 뉴스는 계속해서 상당히 부정적인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미국 언론이 북한의 고정된 부정적 이미지를 끊임없이 강화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이루어지는 북한 관련 담론이나 논쟁이 북한 관련 이슈가 정체성 정치와 강한 연관성을 갖고 있는 한국과 매우 다르다는 점이다. 많은 한국인들은 북한과의 관계를 21세기 한국의 모습이라고 생각하지만, 미국에게 북한 문제는 전략적이고 정치적인 고려 대상으로서 미국에게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 개발을 저지하여 핵 확산을 막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IV.   한국과 미국의 서로 다른 렌즈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과 미국의 미디어는 양국 관계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미국과 한국이 이렇게 다른 견해를 가지는 원인은 각 나라가 양국 동맹을 바라보는 렌즈, 즉 패러다임이 다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정책 갈등 이론과 정체성 이론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한미관계 변화에 대한 미국의 인식은 정책 갈등 이론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설득력 있게 설명된다. 즉, 한국과 미국 간의 대북정책 방식의 차이가 한미 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와 반대로 한국에서의 한미 관계에 대한 인식 변화는 정체성 정치와 관련이 깊다. 한국에서 한미동맹에 대한 생각이 바뀐 가장 큰 이유는 북한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은 한국인들의 북한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그 결과 한국인들에게 북한은 위협적이고 적대적인 적이 아니라 도와주고 함께 협력을 이루어 나가야 할 고통받는 동포로 보게 되었다.

 

V.    한미관계의 새로운 시대

한국과 미국이 이렇게 서로에 대해 다른 패러다임을 가지고 접근하는 상황에서, 결국 현재의 한국과 미국에 중요한 것은 양국이 앞으로 한미동맹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한미관계에서 불균형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서로가 서로의 관점과 정체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고려하여 그것을 기반으로 한미동맹의 미래를 그려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과 미국의 관점 차이는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라 양국의 힘, 인식, 역사적 경험, 정책 차이 등 여러 요인에 의해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따라서 양국은 이러한 인식과 틀의 차이를 반드시 고려해 동맹전략을 세워야 한다.

 

특히 저자는 한국은 공공외교를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미국 정부, 여론 형성 집단 그리고 미국 대중에 한국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현재 한국은 북한 및 한미동맹 정책에 대해 진보와 보수 간의 양극화가 매우 심각한데, 이 문제에 있어서 전 국가적인 합의를 이루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한국은 한반도, 한미동맹 등의 안보 이슈에 대한 미국의 생각이 9.11 이후로 상당히 달라졌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은 한국을 단순히 동맹의 피후견국이 아닌 정당한 동반자로 존중해야 하며, 정체성 정치로 인해 한국 정부가 겪고 있는 여러 정치적 어려움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미동맹을 위해 진보, 보수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협력의 틀을 찾고, 일관성 있는 한반도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렇게 양국이 서로의 차이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한미관계를 지속해갈 때, 새로운 시대의 도전에 맞설 성공적인 동맹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VI.   의의 및 평가

『하나의 동맹 두 개의 렌즈』에서 가장 큰 의의라고 생각되었던 부분은 다양한 패러다임을 균형적으로 고려했다는 점이다. 보통 국제 관계를 분석함에 있어서 주류적으로 활용되는 현실주의, 구성주의와 같은 이론을 생각해보면, 그 이론의 이론적 틀 안에서 현상을 분석하는 것은 확인할 수 있다. 현실주의는 무정부적 국제 사회에서 힘의 역학적 관계를 파악하고 힘의 분배에서 국제적 현상을 설명한다. 구성주의는 정체성과 가치 및 규범에 주목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적 시각은 힘과 정체성을 서로 분리되어 생각하고, 다른 이론적 해석을 다양하게 고려하지 않는다. 그저 하나의 이론적 틀과 패러다임 안에서 설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가 한미관계 및 한미동맹을 분석함에 있어서 선택한 방법은 기존의 주류적인 입장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힘과 정체성이라는 두 변수가 서로 상호작용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는 분석은 매우 새로운 접근법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요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그러한 분석법이 전통적으로 힘의 역학에서 많이 설명되었던 미국의 국제 정치적 맥락과, 또 정체성 및 역사적인 감정의 요인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한국의 정치적 맥락을 함께 균형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된다.

 

그리고 한미관계를 분석함에 있어서 언론의 큰 흐름을 파악했다는 점과 그 분석의 과정에서 보도의 수뿐만 아니라 논조를 함께 분석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보였다. 단순히 몇 개의 언론 보도만을 가지고 한미관계를 평가했다면 그 분석의 신뢰성이 매우 떨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방대한 분량의 언론을 분석하여 그 흐름을 도표 등을 이용해서 명시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연구의 신뢰성과 타당성이 보장된다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기사라는 것은 단순히 그것이 어떤 주제를 다룬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그 기사가 어떤 뉘앙스를 가지고 있는지를 함께 분석한 점도 더 연구를 명확하게 해 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에서 동의하기 어려웠던 점을 말하자면 우선, '북한이 핵실험을 하더라도 한국의 북한에 대한 인식은 국가 정체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국가 정체성이란 쉽게 혹은 빠르게 변화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남북관계에 근본적인 변화는 없을 거라 예상했다.'는 주장에 의문이 들었다. 과연 현재 우리나라의 정체성이 이 책이 발행되었던 10여 년의 전과 비교했을 때 변화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 10년 전 저자는 한류 등 한국의 문화가 미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평가되었지만 현재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한 국가에 대한 다른 국가의 인식이나 한 국가의 정체성은 끊임없이 변화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현재에도 남북관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역사적으로 한국의 정체성이 변화했듯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알 수 없더라도 그 변화의 가능성은 긍정하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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