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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초불확실성의 시대

by 존왓슨 2021. 7. 15.

초불 확실성의 시대

21세기 국제정치 경제는 ‘초불 확실성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2016년 브렉시트로 인해 초국가 연합인 EU에 균열이 발생하고, 그해 11월에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국제정치의 불확실성은 증폭되었다. 게다가 세계는 ‘코로나 19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국제적인 위기를 직면했고,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과 함께 세계는 더욱 앞을 내다보기가 어려워졌다. 이러한 우리 국제사회를 두고 이제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넘어 ‘초불 확실성의 시대’에 도래했다고 말한다. 따라서 우리는 초불 확실성의 시대에서 국제질서가 어떠한 변화의 양상을 보이는지 정확히 알고, 이렇게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한국의 외교정책은 어떠한 방향성을 지향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초불 확실성 시대의 국제질서는 어떠한 변화의 양상을 보이는가? 초불 확실성 시대에서 국제질서는 ‘뉴 노멀’(New Normal)의 시대로 이동하는 가운데,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초불 확실성 시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국제질서의 특징은 첫째,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이 등장함에 따라 나타난 리더십의 공백이다. 최근에는 자유주의 국제질서로부터 선진국들이 이탈과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에 주력해온 한편 유럽 역시 브렉시트 이후 유럽의 국가들의 내부 지향성이 증가하는 추세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 역시 독자적인 리더십을 행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결국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리더십의 공백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 둘째는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정체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되고 있는 초불 확실성의 시대에서 전 세계의 국가들은 점차 보호무역 조치를 취하고 있고, 이는 세계 무역 증가의 둔화, 더 나아가 정체로 이어지고 있다. 이 문제는 다시 또 다른 국가의 수출 감소를 초래하여, 결과적으로 더 많은 국가가 무역 제한 조치와 보호주의를 취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현상은 한 국가의 수출 증가가 다른 국가의 수출 감소를 초래하여, 국가 간 무역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문제가 있다. 결과적으로 불확실성의 시대에 국가들은 다른 국가와의 협력보다는 분화를 선택하는 경향이 발생하고 있다.

 

초불 확실성 시대의 한국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의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이 변화가 한국에게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의 많은 국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비극을 가져온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수많은 사람이 감염병의 위험에 놓여있고, 국내에서도 9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이것으로 17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생명을 잃은 것은 분명히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러나 당장의 현실을 넘어 거시적인 시각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국제관계를 바라보면, 초불 확실성의 시대가 가져오는 변화는 한국에게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패권 중심의 정치 경제 질서에서 한국은 미국이냐 중국이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고,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경제적으로도, 군사적으로도 상위권에 속하는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지리상 주변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너무나 강대국이었다는 점, 북한과의 대치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 등 물리적 요인에 의해 우리나라는 수많은 한계에 부딪혔다. 그러나 초불 확실성의 시대에서 우리나라에 기존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던 물리적 요소들의 영향력이 다소 줄어든다면, 우리나라가 외교적 자율성을 높일 수 있는 공간이 확대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확보된 외교적 자율성을 가지고 한국의 외교정책이 지향해야 하는 방향성은 첫째로, 협력과 조정의 동학이다. 경쟁과 갈등이 아닌 협력과 상호 신뢰의 국제질서를 창출하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 둘째로, 한국의 외교가 지향해야 할 것은 이타적 세계화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많은 국가는 반세계화적 조치를 취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러한 경향은 국가 간의 불평등을 가속화하고 인간소외 및 자본 착취 등의 문제를 발생시켜 결과적으로 현재의 위기를 더 극복하기 어려운 과제로 만든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협력과 조정, 상호 신뢰 및 이타적 세계화를 지향하는 외교를 펼침으로써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러한 지향성을 어떻게 한국의 외교에서 실현할 수 있을까? 그것은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성공모델을 외교의 자산으로 활용함으로써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 성공 모델은 잘 준비된 공중보건의료 시스템, 수준급의 의료 및 공중보건 인력, 교육 수준이 매우 높은 시민사회, 진단검사 키트와 앱을 개발하고 보건 마스크를 배포하는 공공-민간 파트너십, 정부 관료들의 유연하고 민첩한 대응, 컴퓨터 및 통신 시스템에 잘 연결된 한국의 정보사회 이렇게 여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즉, 한국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국제적인 위기에 대응하는 민주적이고 비교적 개발적인 시스템 모델인 ‘K-방역 행정’을 성공적으로 구현하여 이 모델을 다른 국가와 공유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전 세계의 모든 경제를 폐쇄할 필요가 없게 되고 또 다른 대공황의 발생을 막을 수 있게 된다. 폐쇄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대응 방식만이 팬데믹의 효과적인 대응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성공 경험을 전 세계와 공유함으로써 다른 국가들도 현재의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이끌고, 이것이 반복될수록 타 국가의 국민이 우리나라에 가지는 신뢰는 더 커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현상이 국제사회의 많은 부분으로 확대된다면, 국제질서 및 국제관계에 협력과 조정 및 이타적 세계화라는 우리의 지향점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외교의 목표는 단기적인 부분과 장기적인 부분에서 다음과 같이 설정할 필요성이 있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한국형 방역 모델 및 역할에 대한 관심 및 기대 증대 상황에서 책임 있는 중견국으로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을 추진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한국의 공공외교가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진행 중인 지금, 유기적이고 일관성 있게 방역 대응을 하여 성공적인 한국의 ‘팬데믹 예방 모델’을 완성해내는 것이다. 따라서 코로나19 방역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코로나19 방역 경험 및 지식 공유 협력 분야를 체계화해야 하며, 이렇게 체계화한 경험을 국제사회에 다양한 주체들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성공 모델을 자원으로 하여 코로나19 팬데믹을 넘어 또 다른 불확실성의 상황에서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특성을 보이는 한국의 모델이 실효성을 가지고 유효함을 보일 필요가 있다. 즉, 일반화가 가능한 문제 해결형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을 통해 전 세계 국가의 국민이 한국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더 견고하게 형성하고, 더 나아가 이렇게 한국의 정책적인 요소에 의해 형성된 이해와 신뢰는 공공외교에서 한국의 문화와 지식의 측면과 결합하여 외국 국민에게 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방식으로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증진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영향력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정리

지금까지 초불 확실성 시대의 한국의 외교정책에 대해 알아보았다. 현재까지도 코로나19 팬데믹은 수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이 변화는 종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볼 때, 코로나 이후의 시대는 지금과는 매우 다를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뉴 노멀의 등장을 앞둔 상황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현재의 변화를 어떻게 대처하느냐, 그리고 미래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끊임없이 현재의 변화에 최적의 대응을 찾아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고 적절한 대응 방안을 숙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지나간 이후의 우리의 삶이, 그리고 국제 사회의 정치와 경제가 어떻게 변화될지, 어떤 결론이나 합의가 사회적으로 도출될지는 아무도 정확하게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시대에서 우리가 직면한 문제가 주는 함의는 분명히 무언가 우리에게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변화가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지는 앞으로 끊임없는 논의와 대화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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